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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1. 글
    기타/글쓰기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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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글이 참 좋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여가 시간에는 자주 인터넷 창을 켜서 여러 가지 글들을 끊임없이 읽는다. 어떨 땐 인생을 바꾸는 방법이라는 거창한 글이거나 요리 레시피, 사진 찍는 방법 같은 설명글. 혹은 최근 이슈 되는 사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라던지, 기행문, 시 등등. 읽고 또 읽는다. 또 공감하고, 이해한다. 어떤 글을 읽던지 하나씩 내 안에 쌓여간다는 그 느낌이 좋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글이란 그리 간단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글은 내게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나 활자가 아니라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이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끼고 살았다. 원래부터 글이 좋았고 이야기를 사랑했다. 한글을 배우고 나서는 집에 있던 전래동화 전집을 수십 번 읽었고, 동화책을 동생이나 사촌동생에게 읽어주며 이야기가 가진 매력을 느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가 보였고 책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가상이지만 그 세계의 일면을 엿보는 기분이라 책을 읽는 건 항상 나를 고양시키곤 했다. 나는 부모님께 이것저것 모르는 단어를 물어가며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나 그냥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계속 책을 읽었고, 그렇게 초등학교에 올라가고 도서관을 만난 건 메마른 땅에 물을 부어주는 것과 같았다. 이전에도 도서관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있는 그 작은 도서관은 가까운 데다, 어린 내가 보기에 책도 엄청 많았다. 책꽂이 맨 위칸을 보려면 고개를 한참 꺾어야 했으니 그 도서관이 커 보였던 것은 무리도 아니다. 나는 곧잘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고, 오래된 책들에게서 풍겨오는 책 냄새, 나무 냄새, 어딘지 모르게 꿉꿉한 그 향을 사랑하게 됐다. 어렸을 적의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항상 책을 읽을 때면 시간이 빨리 가던 것은 기억한다. 방학에 아침 일찍 도서관을 가서 하늘이 울긋불긋해지면 돌아왔고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면 책을 더 읽지 못함이 항상 아쉬웠다. 집에선 가족들이 다 자는 늦은 밤 작은 등을 켜고 끝끝내 한 이야기를 다 읽었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여운이 남아 잠자리에 누워 책을 다시 곱씹어보곤 했다. 점점 커가면서 도서관을 자주 가지는 못하게 됐지만 이때의 좋은 기억 때문에 아직도 도서관을 가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도서관의 책을 다 읽을 거라고 다짐했던 내가 참 어렸다. 순수하게 책을 좋아하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사서 선생님이 가끔 맛있는 것 줄 때의 기억, 도서관에서 행사를 하면 빠짐없이 참여하던 기억, 엄마아빠 손을 잡고 이마트를 가면 책 코너로 먼저 달려가 책 한 권을 품에 넣고 가던 기억, 국어 시간에 계속 다른 페이지를 펼쳐서 교과서에 실린 글들을 읽어갔던 기억이나 책이 연체될 때 다시 못 빌린다는 것에 실망하다가 사서 선생님이 임의로 연체를 없애주셔서 엄청 기뻐했던 기억들.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글은 모두 내게 좋은 추억들을 심어줬다. 추억들이 더해지며 글을 완전히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이유로 책을 자주 못보게 된 지금은 인터넷을 사용해 단편적인 글을 읽는다. 여전히 소설들을 읽기는 한다. 내 핸드폰을 갖게 되고 가벼운 인소들을 섭렵하고, 그다음 로맨스 소설부터 판타지 소설까지 자극적인 장르소설들을 정말 엄청나게 많이 읽었고, 읽고 있다. 순문학을 참 좋아했었는데 장르소설을 접하면서 내 글 인생이 새롭게 달라진 것 같다. 재미에 치중한 장르소설은 확실히 더 다양하고 화려했고, 당연하게 여기에 또 매료됐다. 용돈을 아껴서 문상을 하나 사고, 그걸로 캐시를 질러 한 편에 100원 하는 웹소설을 구매해 자주 밤을 새 가며, 정말 밤새도록 읽었다. 깊은 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의 그 작은 화면을 뚫어져라 보면서 읽는 웹소설은 또 다른 맛이 있다. 주인공이 만드는 이야기는 컴컴한 방 안에서 떠오르며 나를 흥분시키고 완결되어서 나오는 책이 아니다 보니 매 주에 한 편씩 업데이트되는 이야기가 감질나면서도, 손꼽아 업데이트되는 날만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랑 인터넷이랑 점점 가까워지면서 간단한 검색을 통해 궁금증을 쉽게 풀 수 있게 되면서인지, 아니면 이렇게 웹소설에 더 빠져버려서인지 요즘 나는 책을 잘 안 읽게 됐다. 책이 조금은 고리타분한 것 같기도 하다.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는 종이책은 조금 뒤처져 보이는 것도 맞으니까. 그럼에도 막상 책을 펼치면 예전과 같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게, 나는 여전히 책을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 웹소설이 점점 가벼워지면서 종이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가장 좋아하는 게 소설이라 소설 얘기만 한 것 같다. 글이라는 게 소설이 다는 아닌데 말이다. 실제로 어렸을 때의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었고, 덕분에 다양한 분야를 얕게나마 아는 정도가 됐다. 그걸 요즘에는 위에 써뒀듯이 인터넷상의 글을 읽는 것으로 대체하고도 있고.

    이 검은 활자들이 뭐가 그렇게 좋아서 처음부터 매료됐는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영상이 넘쳐나는 지금도 나는 글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 되었고, 나쁘지만은 않다. 나는 글을 읽고, 지금은 이렇게 쓰면서 세상을 알아가고 세상과 소통한다. 글은 조용하면서 힘이 있다. 어린 나를 울고, 웃게 했고 내 삶의 일부가 된 것처럼. 이유 없이 나는 글이 좋고, 이야기들을 사랑한다.

    오랜만에 어릴적 기억을 돌아보니 행복했다. 생각정리도 되는 것 같고. 지금까지는 글을 읽는 것을 주로 했다면 앞으로는 쓰는 것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제목을 001로 정한 이유도 그래서다. 꾸준히 글을 써서 모아 보는 것도 행복하겠지. 아, 그리고 나는 글쓰기도 좋아한다. 오늘은 글을 읽는 것을 주로 얘기했는데 다음에는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글 쓰는 게 오랜만이라 하고 싶었던 얘기가 다 담겼는지 모르겠다. 조금 두서없어도 앞으로 글을 쓰면서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좋아하는 글은 고쳐가며 더 나아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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